Ⅰ. 서론
정비사업에서 멸실이 발생하면 단기적으로 주택 수급을 변화시키고, 전세 가격을 상승시킨다고 알려져 있다(지규현 외, 2017). 따라서 대규모 정비사업 혹은 복수의 정비사업의 멸실이 단기간에 발생할 경우, 전세 가격이 급등하여 서민의 주거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다.
단기적인 전세 가격 상승을 방지하기 위해서 공공이 정비사업을 과하게 제약하면 주택 공급이 지연되어 장기적으로는 양질의 주택이 부족해지며, 주택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야기한다. 제도적으로 적절하게 개입하여 전세 가격을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정비사업에 의한 멸실이 전세 가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가 요구된다. 이러한 문제 인식으로 다수의 선행 연구가 있었으나, 분석에 사용한 멸실 통계와 부동산 가격지수 통계의 단위가 대체로 시군구와 같은 행정 구역에 국한되어 있었다. 정비사업으로 인한 이주는 일시적이고 국지적으로 발생하므로, 정비사업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한 일상생활권 단위의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시군구 단위는 공간적 범위가 넓고 표본 수가 제한적이어서 전세 가격의 상세한 변화를 포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정비사업이 어느 시점에 어느 수준의 작용을 하는지에 대한 동태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분석 방법으로 Bailey et al.(1963)의 반복매매모형에 상호작용항을 추가한 수정반복매매모형을 사용하였다. 반복매매모형은 실거래가격지수를 산정할 때 흔히 활용되며, 주택의 개별 특성이 시간이 지나도 일정할 때, 모든 가격 변동은 외부 환경 변화 때문에 발생한다고 가정한다. 반복매매모형에서 외부 환경 변화는 거시 경제 변화를 나타내고, 실거래가격지수로 쓰인다. 이 분석 방법은 주택의 개별 특성을 통제하고 외부 환경 변화에 의한 변동을 계산하기 때문에 통제변수의 부족으로 인한 오류가 원천적으로 배제된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반복매매모형은 동일 주택의 특정 시점의 거래와 직전 시점 거래로 거래 쌍을 구성하고, 어떤 시점 거래 가격과 이전 시점의 거래 가격의 변화율에 대해서 분석한다. 분석 단위가 행정 구역이 아닌, 동일 주택의 거래 쌍이므로 주택별, 시점별로 인접한 정비사업의 멸실 규모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상호작용항을 추가할 수 있다. 상호작용항이 추가된 수정반복매매모형에서는 실거래가격지수로 표현되는 거시 경제 변화와 본 연구에서 파악하고자 하는 각 주택 인근 정비사업의 멸실 규모 변화가 모든 거래 쌍의 가격 변화율을 설명하게 된다. 다만 동일 주택의 거래 쌍을 위해 거래 데이터가 충분해야 하고, 변화율에 대해 분석하기 때문에 가격이 거의 변동하지 않을 때 설명력이 필연적으로 떨어진다는 한계점이 있다.
본 연구는 주택 거래 쌍 단위의 정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정비사업의 인근 지역을 공간적으로 구분하여 멸실의 영향을 반영한다. 시군구 단위의 분석보다 도시 정비사업과 전세 가격 변동 간의 관계를 명확히 규명할 수 있다. 또한 정비사업의 영향을 받는 인근 지역의 공간적 범위를 탐색할 수 있다. 이는 향후 정책 결정과 시장 예측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정비사업이 발생하기 전후 시점별로 전세 가격이 어떻게 변하는지 동태적인 연구를 수행하고자 한다. 여러 건의 정비사업이 중첩되어 발생했을 때, 주택의 전세 가격 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Ⅱ. 이론적 고찰
전세 가격은 매매가격과 달리 투자 가치가 아닌 순수한 사용 가치만을 반영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는 전세가 주거 목적의 사용 가치를 중심으로 가격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세 가격의 변화 요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주택의 사용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 Nam et al.(2018)에서는 아파트 특성 요인, 거래 요인, 인프라 요인, 거시 경제 요인 등 4가지의 요소가 전세 가격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또한 정비사업으로 인한 수급 변화가 전세 가격에 미치는 영향 관련 연구도 다수 있었다(김지연, 2022). 선행 연구에서 도출된 결과를 바탕으로, 본 연구에서는 전세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네 가지 핵심 요인으로 정비사업으로 인한 수급 요인, 정비사업으로 인한 생활편의시설 요인, 주택 특성 요인, 사회경제적 요인으로 설정했다.
정비사업은 대부분 장기적으로 주택 재고를 증가시키지만, 단기적으로는 멸실이 발생하여 주택 재고가 감소한다. 정비사업 대상지에서 멸실이 발생했을 때와 공급이 발생했을 때, 주택 매매 시장과 임대차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변화하므로 전세 가격에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정비사업으로 인해 지역 주택 재고가 변화하면 단기적으로는 조정 비용, 정보의 한계, 소비 습관 등의 이유로 외부 지역의 주택은 대체재 비탄력성을 가진다. 따라서 정비사업 인근 지역의 전세 가격에는 단기적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외부 지역의 주택이 대체재로 기능하여 이주가 발생하고 수요가 조정된다. 인근 지역의 전세 가격은 장기적으로 변화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비사업에서 멸실과 공급이 발생하여 이주가 시작되었을 때, 정비사업 인근 지역 주택 전세 가격의 예상되는 변화는 <그림 1>과 같다. 먼저 (1) 주택 재고가 감소하고 (1`) 임대 가격이 증가한다. (2) 자가로 거주하던 가구가 분양 전까지 일시적으로 임대차시장에 진입하여 인근 지역의 임대차 수요가 증가한다. (2`) 수요가 증가하여 임대 가격이 P2까지 증가한다. (3) 정비사업 인근 지역의 비싼 임대가격을 피해 타 지역으로 이주가 발생하므로 수요가 감소한다. (3`) 단기적인 상승을 지나서 균형가격이 P0으로 돌아온다.
정비사업 과정에서 멸실이 발생하고 인근 지역의 주택 재고는 H0에서 H1으로 감소했다. <그림 2>와 같이 (4) 일반적으로 정비사업으로 인한 멸실량보다 공급량이 많으므로, 준공 되면 인근 지역의 주택 재고는 H2로 증가한다. (4`)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서 전세 가격은 P0에서 P4까지 단기적으로 하락한다. (5) 단기적으로 정비사업 인근 지역은 저렴한 전세 가격 P4를 형성했지만, 그 외의 지역은 P0에서 가격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타 지역으로부터 이주가 발생하고 임대 수요가 증가한다. (5`) 장기적으로 균형 가격이 P0으로 돌아간다.
정비사업으로 인한 멸실이 예정된 대상지는 공실이 늘어나며 편의점이나 세탁소, 음식점 등 수요탄력적인 생활편의시설 위주로 점차 감소한다. 이후에 준공되어 생활편의시설이 회복되는 시점까지 인근 지역 주택의 사용 가치가 낮아지며 전세 가격이 하락한다. 준공 이후에는 공공 인프라가 개선되고 주민이 늘어나며 생활편의시설이 증가하므로, 인근 지역의 주거 수요를 증가시키고, 전세 가격을 장기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다.
사회경제적 요인은 전세 가격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외부 환경적 요소들을 포함한다. 이러한 요인들은 주택 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동향을 좌우하며, 전세 수요와 공급의 변화를 통해 가격 결정에 직접적으로 작용한다. 사회경제적 요인에는 경제 상황, 금리, 인구 구조 변화, 정책 변화, 소득 수준 등이 있다. 시계열에 따라 변화하며, 공간적으로는 변하지 않는 요인을 포함한다.
주택 특성 요인은 주택이 갖고 있는 물리적인 특성을 뜻한다. 주택 특성 중 면적과 층, 아파트 연식, 주차 공간, 내부 시설, 건축 구조 및 재질 등은 전세 수요자들이 주택을 선택할 때 중요한 고려 대상이 된다. 이러한 특성들은 건축 시 결정되거나 시간에 따라 서서히 변하는 고정된 특성들로 단기간에 변화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동일한 주택의 전세 가격 단기적 변화에서는 주택 특성 요소로 인한 영향은 배제할 수 있다.
정비사업으로 인한 수급 요인은 멸실 이후 인근 지역에 단기적인 전세 가격 상승을 가져오고, 준공 이후 단기적인 전세 가격 상승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멸실 전후로 생활편의시설의 감소는 인근 지역 주택의 사용 가치를 감소시키며, 이후 준공을 전후하여 생활편의시설이 개선되면 사용 가치를 장기적으로 상승시킬 것이다. 사회경제적 요인은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정비사업과는 별개로 거시 경제 상황에 연동된다.
정비사업의 멸실과 준공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전세 가격 변화에는 수급 요인과 생활편의시설 요인이 있다. 두 요인이 함께 작용하여 멸실 시점 전후로 전세 가격 변화에 미칠 영향을 <그림 3>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멸실 이전부터 생활편의시설 요인으로 전세 가격을 하락시키는 영향(B)이 있지만, 멸실로 인근 지역의 전세 수급이 변화하여 전세 가격을 단기적으로 상승시키는 영향(A)이 발생할 것이다. 두 영향이 동시에 발생하므로 멸실 전후의 전세 가격은 (A+B)와 같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수급 요인과 생활편의시설 요인이 준공 시점 전후의 전세 가격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예상한 그래프는 <그림 4>와 같다. 생활편의시설 요인은 준공을 앞두고 전세 가격을 상승시키는 영향(B)을 준다. 동시에 준공으로 인해 인근 지역의 전세 수급이 변화하여 전세 가격을 단기적으로 하락시키는 영향(A)이 발생할 것이다. 두 요인의 영향이 동시에 발생하므로 준공 전후의 전세 가격은 (A+B)와 같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호(2017)는 고덕2단지의 재건축 사례를 통해 이주 기간 중 인근 지역 임대수요가 단기적으로 증가하며, 약 2개월간 강동구 임대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처럼 단일 사례에 기반한 연구는 일반화에 한계가 있다.
이창무 외(2002)는 서울시 3개 자치구의 주택 스톡 변화를 이용해 전세 가격 변동을 정량적으로 분석하였으며, 재건축으로 주택 재고가 5.2% 감소하면 약 5개월 후 3.0%의 전세 가격 추가 상승이 발생한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이창무 외(2011)는 서울시 뉴타운사업을 중심으로 정비사업 단계별 전세 가격의 변동률을 분석했으나, 멸실 규모나 주택 특성은 고려하지 않았다.
지규현 외(2017)는 동적 패널 회귀모형을 사용해 멸실 주택의 증가와 전세 가격 상승 간의 통계적 상관관계를 제시했으며, 멸실물량 1% 증가는 멸실신고 3/4분기 전 시점의 전세 가격을 평균 26.5%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다만 자치구 단위의 분석이라는 공간적 한계가 존재한다.
김지연(2022)은 기존의 ‘물리적 철거 기준’ 대신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멸실 기준 시점으로 제안했으며, 정비사업의 멸실 및 공급으로 인해 전세 가격이 변동하게 되는 시점과 기간, 영향력의 정도를 분석했다. 멸실과 신규 공급 발생 시 해당 자치구에서 각각 일시적인 전세 가격의 상승 및 하락이 발생하는 것을 관측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의 선행연구는 행정 구역 단위에 국한되어 있고, 면적 ․ 가격대별 분석, 정비사업 중첩 영향, 시계열 동태 분석 등은 충분히 다뤄지지 못했다.
따라서 본 연구는 개별주택 거래 쌍 단위 실거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반경 1∼2km의 공간 범위 내에서 정비사업의 멸실과 준공이 전세 가격에 미치는 동태적 영향을 면적 ․ 가격대별로 세분화하여 분석함으로써 기존 연구의 한계를 보완하고자 한다.
기존 연구의 한계를 보완하며 정비사업이 전세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하기 위해서 반복매매모형에 상호작용항을 추가한 수정반복매매모형을 활용했다. 해당 모형은 주택의 특성을 고려할 수 있고, 인근 지역의 공간적 범위를 설정할 수 있으며, 여러 정비사업이 중첩되어 발생하는 경우의 총 멸실량도 고려할 수 있다.
반복매매모형은 수정반복매매모형의 토대가 되는 모형으로, Bailey et al.(1963)에 의해 제안되었다. 반복매매모형에서는 주택의 가격은 주택 특성 변수와 거시 경제 변수로 이루어진다는 가정이 필요하다.
수정반복매매모형 사례로는 McMillen(2003)이 반복매매모형에 주택 가격 변화를 설명하는 상호작용항을 추가한 모형이 있다. 해당 연구에서는 주택의 가격 변화를 거시 경제 변화와 도심으로부터 거리와 시계열의 상호작용항으로 설명한다. 미국 시카고 주택 가격의 중앙집중화 현상의 변화를 식별하고자, 주택가격경사계수의 시계열적인 변화를 분석하였다.
국내에서는 이창무 ․ 김진유(2004)가 해당 모형을 서울시 주택시장에 적용하여 도심, 강남, 여의도 등 3대 중심지의 상대적 위상이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과정을 분석하고, 서울의 기존 도심이 쇠퇴하고 강남이 새로운 CBD로 성장함을 제시하였다. 류강민 ․ 송기욱(2021)은 서울시 중심지 체계를 3도심의 다핵구조로 보고 수정반복매매모형을 활용하여 오피스 시장의 3대 권역별 가격경사계수의 변화 추이를 정량적으로 추정하고, 핵심권역 간의 영향력 차이 유무를 통계적으로 검증했다.
Ⅲ. 분석 자료 및 방법
분석에 사용한 데이터는 2종이며 자료별 출처와 범위, 표본 수는 <표 1>과 같다. 실거래 시점 기준으로 과거 2년 동안 발생한 관리처분계획인가 영향까지 고려하기 위해서, 구득한 두 자료의 시간 범위가 차이가 있다.
데이터명 | 출처 | 시간 범위 | 공간 범위 | 표본 수 |
---|---|---|---|---|
아파트 전월세 실거래가 |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 2017.01~2023.12 | 서울특별시 | 전세 계약 859,255건 |
정비사업 통계 | 서울정보소통 광장 사전정보 공개 | 2015.01~2023.12 | 서울특별시 | 최초 관리처분계획인가 192곳 |
준공인가 193곳 |
전세 가격의 변화를 구하기 위하여 2017년부터 2023년까지의 서울시 아파트 전세 신규 계약 859,255건을 활용했다. 갱신 계약은 시장 가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제외했다. 실거래가 데이터에는 주소, 층, 전용면적 등의 속성이 있으므로 동일주택을 구성하고 월별 평균 거래가격과 거래 건수를 추출할 수 있다. 시점은 계약일 기준으로 작성된다. 전세 거래 건수의 분포는 <그림 5>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월평균 10,229건이다.
아파트 전월세 실거래가 데이터 내에 ‘전세 가격(만 원)’을 ‘전용면적(m2)’으로 나누어 ‘m2당 전세 가격’을 구했으며, 평균 644.93, 표준편차 299.55, 최소값 10, 중위수 589, 최대값 4,319였다. 권역별 전세 신규 계약 분포는 <표 2>에 정리했다. 동남권, 서남권, 동북권에서 전세 신규 계약의 대부분이 발생했으며 주거 밀집 지역이 적은 도심권에서는 계약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전세 가격에 따른 분포는 <그림 6>과 같이 나타났다.
서울정보소통광장에서 제공하는 통계 데이터를 활용하면 각 주택의 인접한 정비사업을 식별할 수 있고, 최초 관리처분계획인가에서의 멸실량과 준공인가에서의 준공량, 인가 시점, 대표지번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영향을 식별하기 어려운 멸실량이 100가구 미만인 멸실 11건은 제외하고 총 192건의 멸실을 분석에 활용했다. 정비사업으로 인한 멸실의 권역별 분포는 <표 3>에 정리했다. 서울시 전체 멸실량의 평균은 998.03가구이며 표준편차는 1,175.14, 최소 108가구, 중위수는 611가구, 최대 8,407가구, 멸실량 총계는 191,622가구이다. 권역별로는 동남권에서 가장 많은 71,508가구가 멸실 되었으며, 관리처분계획인가 건수도 63건으로 가장 많다. 도심권의 멸실 10,393가구 중에서 8,407가구는 한남3구역에서 2023년에 발생한 것으로 도심권의 멸실량 평균을 상승시켰다. <그림 7>은 관리처분계획인가의 시점과 멸실량을 나타내며, <그림 8>은 정비사업의 위치와 멸실량을 나타내고 원의 면적이 멸실량에 비례한다.
마찬가지로 영향을 식별하기 어려울 것으로 추정되는 100가구 미만의 준공 1건은 제외하고 총 193건의 정비사업에서 발생한 준공량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정비사업으로 인한 준공의 권역별 분포는 <표 4>에 정리했다. 서울시 전체 준공량의 평균은 1,010.73가구이며 표준편차는 1,251.29, 최소 108가구, 중위수는 758가구, 최대 12,032가구, 준공량 총계는 195,070가구였다. 권역별로는 동남권에서 준공량 총계가 71,649가구로 비교적 높았으며 이는 헬리오시티와 올림픽파크 포레온 등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다수 준공된 영향이다(<표 4>). <그림 9>는 준공인가 시점과 준공량을 나타내며, <그림 10>은 정비사업의 위치와 준공량을 나타내며, 원의 면적이 준공량에 비례한다.
본 연구에서는 기존 반복매매모형에 멸실과 준공의 영향을 나타내는 항을 추가한 모형을 구성했으며, 이를 수정반복매매모형이라 하겠다. 멸실과 준공의 영향은 정비사업 대상지와의 거리 및 시간에 따라서 어떻게 변화하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거리와 시간의 상호작용항으로 작성했다. 거래 쌍에 대한 수정반복매매모형을 계산하기 전에, 단일 거래에 대한 <식 1>을 구성했다. 종속변수 Pi,t는 t시점의 주택 i의 m2당 전세 가격이다. 면적, 층, 입지와 같이 주택 i의 단기적으로 변하지 않는 고유 특성 k개의 영향력은 αi,k이며, 시계열적 특성인 거시 경제의 영향력은 t시점에 주택 i가 속한 m 지역에 대해서 βt,m가 된다. 서울시의 주택시장은 공간적으로 특성이 다르기에 거시경제의 영향도 상이할 것으로 예상되어, 서울시 지역을 강남과 강북으로 구분하였다(m∈강남, 강북).
멸실과 준공은 관리처분계획인가가 발생한 시점의 전세 가격뿐만 아니라, 시차를 갖고 이전이나 이후 시점의 전세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각 주택의 24개월 이전부터 12개월 이후까지 인근 지역에서 발생한 정비사업의 멸실 세대수와 준공 세대수를 변수로 사용했다. Demolitioni,t-q,d는 주택 i의 d 거리에서 t-q시점에 발생한 관리처분계획인가의 총 멸실 세대 수이다. 해당 식을 통해서 γq,d를 추정하면 정비사업으로 인한 멸실 1세대가 q개월 뒤에 d 거리의 전세 가격 변화에 갖는 영향력을 나타낸다. Completioni,t-q,d는 주택 i의 d 거리에서 t-q시점에 발생한 준공인가 총 공급 세대 수이다. 해당 식을 통해서 δq,d를 추정하면 정비사업으로 인한 준공된 1세대가 q개월 뒤에 d 거리의 전세 가격 변화에 갖는 영향력을 나타낸다.
<식 1>의 t에 이전 시점(f)과 이후 시점(s)을 대입하고, 이후 시점(s)의 식에서 이전 시점(f)의 식을 차분하면 <식 2>와 같이 나타난다. <식 1>의 주택 특성이 차분되며 사라지고, 거시경제 변동과 멸실에 의한 변동, 준공에 의한 변동 3가지로 거래 쌍의 가격 변화를 설명하는 수정반복매매모형을 구할 수 있다.
2017년부터 2023년까지 7년 동안의 아파트 전월세 실거래가 데이터에서 서울시의 지상층 전세 신규 계약만 추출하면 약 859,255건이다. 이 중에서 실제로 같은 주택의 거래 쌍을 형성한다면, 거래의 빈도가 매우 낮아서 거래 가격의 변동을 확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동일주택가정이 필요하며 한국부동산원(2023)의 공동주택 실거래 가격지수 산정 방식을 참고하여 아파트 전월세 실거래가 자료에서 특정할 수 있는 단지, 전용면적 그룹, 층 그룹이 같은 아파트를 동일주택으로 가정했다. 전용면적 그룹은 40m2 미만, 40m2 이상 60m2 미만, 60m2 이상 85m2 미만, 102m2 이상 135m2 미만, 135m2으로 총 6개로 하였다. 층 그룹은 2층 이하와 3층 이상으로 구분했다.
859,255건의 거래에서 총 21,212개의 동일주택을 구성하였고, 이 중에서 월 단위 시계열에서 여러 시점에 거래되어 거래 쌍을 만들 수 있는 동일주택은 18,373개였다. 월 단위 시계열에서 단일 시점에만 거래되어 거래 쌍을 구성하지 못한 동일주택은 2,839개였으며 거래 건수로는 3,148건이였다. 동일주택으로부터 만들어진 거래 쌍은 총 337,745개로 수정반복매매모형의 표본으로 사용됐다.
주택 i마다 t-q시점에 발생한 d 거리 내의 정비사업의 총 멸실 세대 수(Demolitioni,t-q,d)와 총 공급 세대 수(Completioni,t-q,d)를 계산하려면 d를 계산할 정비사업과 주택의 좌표가 필요하다. 따라서 모든 정비사업과 동일 주택의 주소를 네이버지도api를 통해 지오코딩했다. 지오코딩하여 구한 좌표를 토대로 정비사업 대상지와 주택 간의 거리 d를 계산했다. <그림 11>과 같이, d=1일 때는 직선거리가 1km 미만, d=1.5일 때는 직선거리가 1km 이상 1.5km 미만, d=2일 때는 직선거리가 1.5km 이상 2km 미만을 의미한다.
337,745개의 거래 쌍에 대해서 평균 거래량 가중치를 적용한 WLS(weighted least squares)로 βt,m과 γq,d, δq,d를 추정했다. 한 시점에 동일주택의 거래가 여러 건 발생해도 거래 가격의 평균을 사용하기 때문에 거래량의 많고 적음을 가중치로 반영했다.
Ⅳ. 분석 결과
수정반복매매모형에 337,745개의 거래 쌍을 표본으로 γq,d, δq,d, βt,m를 추정했다. 분석 결과, 멸실 1세대가 d 거리의 전세 가격에 미치는 영향력을 나타내는 계수 γq,d은 <표 5>와 같다. 정비사업에서 멸실이 H 세대가 발생했다면, d 거리의 q개월 후 전세 가격은 100 * (eH γq,d-1)% 만큼 변화한다.
분석 기간 동안 발생한 정비사업의 평균 멸실량이 약 998세대, 준공량이 1,011세대임을 고려하여 일반적인 수준인 1,000세대 규모의 멸실이 발생했을 때의 전세 가격 변화를 추정한다. 전세 가격의 변화율인 100 * (e1000γq,d-1)을 y축, 상대시점(q)를 x축으로 그래프를 작성하면 <그림 12>와 같다.
<그림 12>는 1,000세대 멸실이 인근 지역 전세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거리별로 구분하여 시각화한 결과이다. γq,d의 p-value가 10% 이상인 구간은 그림에 회색으로 표시하였다. 반경 0∼1km 이내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가격 변화가 관측되며, 멸실 기준 시점(관리처분계획인가) 8개월 전 시점에 1.05%까지 하락하고 이후 멸실 6개월 뒤에 전세 가격이 최대 0.69% 단기적 상승하여 변동폭이 총 14개월 간 1.74%에 달했다. 이후 멸실 13개월 뒤부터는 장기적인 하락으로 전환되는 패턴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13개월 뒤에 0.8% 큰 폭으로 하락하였고 16개월 뒤에는 0.64%, 22개월 뒤에는 0.58% 하락했다. 이 결과는 멸실에 따른 수급 변화가 단기적으로 전세 가격을 상승시켰으며, 멸실 전후로 수요탄력적인 생활편의시설의 감소로 전세 가격의 장기적인 하락이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반경 1∼1.5km에서는 멸실 이전의 하락만 유의하게 나타나고, 멸실로 인해 예상되었던 단기적인 상승과 장기적인 하락이 나타나지 않았다. 멸실 10개월 전 0.54% 하락, 멸실 8개월 전 0.78%만 하락했다. 또한 반경 1.5∼2km에서도 멸실 전후의 하락만 유의하게 나타났으며, 단기적인 상승은 관측되지 않았다. 멸실 4개월 전 0.64% 하락하기 시작하여 멸실 5개월 뒤 0.63% 하락, 멸실 16개월 뒤 0.69% 하락 등 장기적인 하락만 유의하게 나타났다. 이 결과는 멸실이 발생한 지점으로부터 반경 1km를 벗어나면 수급 요인으로 인한 단기적인 전세 가격 상승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
분석 결과, 준공 1세대가 d 거리의 전세 가격에 미치는 영향력을 나타내는 계수 δq,d은 <표 6>과 같다. 정비사업에서 준공이 H 세대가 발생했다면, d 거리의 q개월 후 전세 가격은 100 * (eHδq,d-1)% 만큼 변화한다.
1,000세대 규모의 준공이 발생했을 때의 전세 가격 변화를 추정한다. 전세 가격의 변화율인 100 * (e1000δq,d-1)을 y축, 상대시점(q)를 x축으로 그래프를 작성하면 <그림 13>과 같다. 이는 1,000세대 준공이 인근 지역 전세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거리별로 구분하여 시각화한 결과이다.
우선, 반경 0∼1km 이내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구간이 상당수 관측됐다. 준공 11개월 전부터 전세 가격이 1.73% 급격하게 하락하며 준공 5개월 전 1.02% 하락, 준공 3개월 뒤 최대 0.78%까지 하락하는 등 장기적인 하락 추세를 유지했다. 이 결과는 대단지의 준공인가가 발생했을 때, 전후로 인근 지역의 전세 가격이 하락한 사례들을 설명할 수 있다. 준공 10개월 이후에는 반대로 전세 가격을 상승시키는 패턴이 나타났다. 준공 12개월 뒤에는 1.16%나 상승하여 가장 큰 폭의 전세 가격의 상승을 나타내었으며, 결과적으로 1,000세대 준공인가 3개월 뒤부터 12개월 뒤까지 9개월 동안 전세 가격이 1.94% 급등했다. 단기적인 하락이 회복됨과 동시에 생활편의시설이 개선된 영향이 중첩된 것으로 보인다.
준공 위치로부터 반경 1∼1.5km에 있는 주택은 준공 9개월 전 전세 가격이 0.29% 하락하기 시작하여 준공 5개월 전 0.99% 하락했다가 반등해서 준공 10개월 뒤에 0.77% 상승하였다. 이는 수급 요인으로 인한 단기적인 상승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준공 19개월 뒤에는 큰 폭의 1.6% 단기적인 하락을 보였는데, 이 변동은 생활편의시설이 개선되며 전세 가격이 장기적으로 상승한다는 예상과 일치하지 않는다. 1.5∼2km의 주택은 준공 5개월 전에 전세 가격이 0.5% 하락하였다가, 준공 13개월 뒤에 단기적으로 0.89% 상승한다.
분석 결과, 반경 2km까지 준공 이후 단기적인 상승을 모두 확인할 수 있었으며, 거리가 멀어질수록 변화폭이 작고 시점이 지연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준공에 따른 수급 변화가 순차적으로 인근 지역의 전세 가격을 하락시켰음을 의미한다. 예상했던 생활편의시설 개선으로 인한 전세 가격의 장기적인 상승은 1km 이내에만 나타났다.
Ⅴ. 결론
이론적으로 정비사업의 멸실이 발생했을 때, 임차 수요가 증가하고 전세 공급이 감소하며 전세 가격이 단기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었고, 동시에 멸실로 인하여 생활편의시설이 감소하여 전세 가격이 장기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또한 준공되었을 때, 임차 수요가 감소하고 전세 공급이 증가하며 전세 가격이 단기적으로 하락하고, 생활편의시설이 개선되며 전세 가격이 장기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전세 실거래 빅데이터와 수정반복매매모형을 활용하여 계량한 결과, 멸실 1,000세대당 반경 1km 주택의 전세 가격은 멸실 8개월 전에는 하락하였다가, 멸실 6개월 후까지 상승하여 14개월 동안 총 1.74% 변화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1km 이내에서만 나타났으며, 1km∼2km에서는 장기적인 하락만 일부 관찰되었다.
준공 1,000세대가 발생하면 공급이 증가하며 반경 1km 이내에서 3개월 뒤에 0.78% 하락을 보였고, 그 뒤에 반등하며 준공 12개월 뒤에는 1.16% 상승하였다. 이는 준공인가 3개월 뒤부터 12개월 뒤까지 9개월 동안 전세 가격이 1.94%나 급등하며 주변 전세 시장에 충격을 준 것을 의미한다. 공급 증가로 인한 단기적인 가격 하락이 회복되면서 동시에 생활편의시설이 개선되어 전세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다고 볼 수 있다. 거리가 멀어질수록 전세 가격 변화폭이 줄고 지연되는 경향도 보였다. 생활편의시설의 개선으로 인한 장기적인 전세 가격 상승은 1km 이내에서만 확인되었다.
다만, 본 연구는 정비사업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수급 요인과 생활편의시설 요인의 영향을 구분하지 못했다. 또한 자료의 한계로 정비사업 인근 지역에서 정비사업 내부 지역을 제외하지 못했기에 멸실 이전과 준공 이후 일부 표본에 오류가 포함되어 분석 결과에 왜곡되었을 수 있으며, 전세 가격이 정비사업의 결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추후 연구에서 내생성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선행연구는 정비사업으로 인한 가격 변화 폭에 한해서 분석했지만, 본 연구에서는 단기적인 가격 변화의 기간과 종료 시점까지 다뤄서 여러 정비사업이 시차를 갖고 중첩되어 발생했을 때 전세 가격 변화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행정 구역 단위 전세 가격을 활용하지 않고, 실거래 데이터를 활용하여 정비사업 구역과의 거리에 따라 인근 지역의 전세 가격의 변화가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나타나는지 보였다. 따라서 본 연구는 인접한 여러 정비사업장에서 관리처분계획인가 혹은 준공인가를 신청했을 때, 주변 전세 시장에 미칠 파급력을 예상하고 타이밍을 적절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판단을 도울 수 있다. 특히, 동일 생활권 내에서 복수의 정비사업이 진행 중인 경우, 멸실 ․ 준공 시점의 중첩 여부에 따라 전세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증폭될 수 있으므로, 사업 인허가 시점의 조율을 통해 전세 가격의 급변을 완화하는 정책적 개입이 가능함을 시사한다.